[fn사설]

노후 SOC 개선해 안전 확보해야

낡은 관이 백석 사고 불러
‘안전 인프라’ 투자 늘려야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관 파열사고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명의 사망자와 20여명의 부상자가 나왔기 때문만이 아니다. 사고 주원인으로 꼽히는 낡은 배관이 수도권 지하에 거미줄처럼 깔려 있어서다. 얼마 전 서울 아현동 KT 지하통신구 화재사고가 있었다. 상·하수관을 비롯해 노후화된 각종 지하 사회간접자본(SOC)이 안전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된 느낌도 든다.

독일 학자 울리히 베크는 근대화 과정에서 위험과 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위험사회'에 진입한다는 이론을 제기했다. 이번에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도로 지하에 매설한 온수관 파열로 백석역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면서 이를 실감했다. 더욱이 전국 곳곳에 노후화된 상·하수관과 온수관은 널려 있다. 특히 1990년대 초 조성된 1기 신도시 성남·분당·고양·일산과 안양·평촌·부천·중동·군포·산본 등지에는 20년을 경과한 열수송관만 해도 총연장이 686㎞에 이른다. 백석 사고처럼 또 누군가의 아버지나 자식들이 아까운 생명을 잃거나 크게 다칠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중앙·지방 정부 모두 눈에 안 보이는 지하시설 관리에는 관심이 적은 게 문제다. 특히 지자체들은 체육관·박물관 등 생색나는 새 인프라 구축에만 열중하고 있는 형편이다. '발밑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내 임기 중에 큰 사고가 안 나면 된다는 안이한 자세가 걱정이다. 수도권 곳곳에서 지하 상·하수관 누수로 인한 싱크홀(땅꺼짐) 현상이 빈발하는데도 말이다.

지난 정부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태의 교훈을 벌써 잊은 건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국정지표로 내세운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SOC 투자를 '토목예산'이라며 도매금으로 적폐인 양 치부하며 감축 기조로 돌아선 인상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노후 인프라를 정비하고 교체하는 투자에 인색해선 시민의 안전이 확보될 수 없다. 온수관이든 상·하수관이든 현 상태를 정밀조사해 구간별로 교체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국민 누구나 불의의 사고를 당할 개연성이 있는 '위험사회'에서 벗어나려면 개개인의 안전의식 고취만으로 불가능하다. 범국가 차원에서 안전 인프라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의 지역구 선심성 SOC 예산 챙기기에 앞서 노후 인프라 정비 예산 확보에도 신경 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