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에 휘청이는 두나라]

美 최후통첩에 터키 리라 사상최저치… IMF에 손 내미나

워싱턴 찾은 터키 대표단, 협상도 못하고 빈손 귀국
미국인 목사 브룬슨 석방.. 15일 마감시한 통보 받아
2180억달러 차환 급한불 신경제모델 발표도 안먹혀.. 외환시장 “구제금융 불가피”

터키 리라가 9일(현지시간)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재무부가 10일 '신경제 모델'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뒤 하락세가 재개됐다.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룬슨 구금에 따른 경제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을 찾은 터키 대표단이 미국으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낙폭이 확대됐다. 미국은 15일까지 브룬슨을 석방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는 벌써부터 터키가 대외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소문이 무성해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불가피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신경제 모델'도 시장 안정 못시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리라 환율은 워싱턴을 찾은 터키 대표단이 빈손으로 귀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리라 가치는 이날 달러당 5.4941리라로 추락했다. 지난 6거래일 동안에만 7.6% 급락했고, 올 들어서는 31% 폭락했다.

재무부는 10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이자 재무장관인 베라트 알바이라크가 터키의 불균형 성장과 과도한 단기 해외차입 의존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가라앉힐 수 있는 신경제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성명이 나온 뒤 리라 하락세가 재개되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실패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인 ABN암로는 이날 보고서에서 리라 약세의 원인을 크게 2가지로 지목했다.

우선 터키가 2180억달러에 이르는 해외차입을 차환하는 데 실패할 것으로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기업의 해외차입을 차환할 길이 막막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여전히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터키가 충분한 자금마련에 성공한다는 것이라면 이것이 "해외 자금유출에 대한 자본통제 가능성과 IMF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외환시장에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아울러 에르도안 대통령과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의 경제·통화정책 개입이 터키 경제를 망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입장 확고 美, 15일 마감시한 통보"

특히 터키가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터키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미국은 터키에서 25년을 살아온 자국인 목사 브룬슨이 쿠데타와 테러 혐의로 체포되자 근거가 희박하다면서 터키 내부·법무 장관에 대해 경제제재를 취했다.

미국 경제제재와 양국 외교관계 경색은 그러나 터키의 바람과 달리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터키가 최후통첩을 받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터키 전문가인 애런 스테인 애널리스트는 미국 국무부가 터키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브룬슨 목사 석방에 관한 최후통첩을 했다면서 "미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근동연구소의 소너 카가프테이는 최후통첩과 관련,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이 터키 대표단에 15일을 브룬슨 석방 마감시한이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터키 재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터키 은행들과 기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달리 감독당국은 외환위기나 유동성 위기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10일 신경제 모델 발표를 통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겠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아울러 올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2% 미만으로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이전 전망치 5.5%보다 낮은 3~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1990년대 터키 중앙은행(CBRT) 총재를 지낸 펜실베이니아대 재무학 교수 불렌트 굴테킨은 터키는 "경제정책이 어떻게 입안되고, 어떻게 수행되며, 누가 무엇에 책임을 지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시장이 우려하는 바를 가라앉히기 위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면서 시장은 터키 정부가 아직도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는 점 때문에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