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경총사태, 송 부회장 탓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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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영계 대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경총 사태는 '한 사람'의 전횡과 일탈로 비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송영중 상임부회장이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48년 역사의 경총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일단 사태의 중심에 선 송 부회장의 책임이 크다. 국회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달 경총은 양대노총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재논의하자는 데 덜컥 합의했다. 이런 사실은 노동계를 통해 알려져 더욱 비난을 키웠다. 사용자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와는 아무런 상의도 없었다. '경총이 경영계를 배신했다'는 소리들이 나온 이유다. 경총이 경영계를 무시하고 노동계와 손잡은 과정에 송 부회장이 깊이 관여했다는 증언이 경총 내부에서 나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경총은 단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국회 처리를 지지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경총과 송 부회장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총 안팎에서 송 부회장 퇴진설이 고개를 들었다. 송 부회장도 보란듯이 1주일 이상 '재택근무 시위'를 벌였다. 재택근무는 경총 규정에 없다. 직속상관인 회장의 재가도 받지 않았다. '무단결근'을 한 셈이다. 송 부회장은 지난 11일 직무정지 결정이 내려졌지만 자진사퇴할 뜻은 전혀 없어 보인다. 자신의 명예가 바닥까지 실추된 채로 떠날 수 없는 절박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총 구성원들조차 송 부회장과 등을 돌린 상태다.

경총 사태는 이미 고용부 고위 관료 출신인 송 부회장을 영입하면서 예견됐다. 그런 까닭에 손경식 회장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손 회장은 송 부회장이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자신의 지휘통제권을 중대하게 어겼다는 이유로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반대로 송 부회장의 언행은 관리감독자인 손 회장의 지휘책임도 당연히 뒤따르는 것이다.

경총 사태의 책임을 물을 또 한 곳이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이다. 지난 2월 박병원 회장과 김영배 상임부회장이 동반 퇴진하는 과정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부터 14년간 경총을 이끈 김 부회장은 문재인정부에 눈엣가시였다. 경영계에서도 강경론자였던 김 부회장은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비난했다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저격'을 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몇 달 뒤에 박 회장과 김 부회장은 약속한 듯 경총을 떠났다. 그리고 아무도 맡지 않으려던 회장직에 손 회장이 떠밀리다시피 왔다.
두 달 뒤에는 친노동 성향의 송 부회장이 취임했다. 아무도 예상 못한 인사였다. '보이지 않는 손'이 또다시 작동한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벌써 자신들 입맛에 맞는 후임자를 찾고 있지 않을까.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