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BTS로 보는 제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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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차트에서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최고 인기의 앨범을 뽑는 빌보드 200에서 꿈같은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언론은 언어의 장벽도, 기존 상식도 모두 파괴한 대사건이라고 보도 중이다. CNN은 "전 세계 음악계의 중대한 사건"이라고 표현했고, 가디언지는 "BTS의 팬덤은 1960년대 비틀스 마니아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이들은 자본의 힘도, 기존 네트워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유튜브 방송만으로 성장해 세계 1위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 음악소비 방식에 닥쳐온 거대한 변화를 BTS가 실증한 셈이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음악소비 패턴의 변화는 미래사회 예측의 좋은 지표"라고 했다. 그는 "다른 인간 활동보다 음악이 더 빨리 진화하기 때문에 음악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돌연변이'를 이해하면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음악소비 변화 트렌드를 살펴보자. 2000년대 초반까지 음악은 제품을 통해 듣고 유통하는 사회였다. 집집마다 오디오시스템을 갖고 있었고, 휴대형 뮤직 플레이어는 필수품이었다. 음악도 CD와 같은 제품에 담겨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게 상식이었다. 이때가 제조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아이팟과 MP3 플레이어의 전쟁에서 아이팟이 승리하면서 디지털 스트리밍(음악을 인터넷으로 내려받아 듣는 방법)의 시대가 시작됐다. 이후 애플은 아이폰을 탄생시키면서 음악은 물론 비디오와 게임의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제는 CD를 사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마니아라고 부를 정도로 스마트폰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에서 내려받아 듣는 것이 보편화됐다. 그사이 오디오제품이나 CD 관련 제조기업들은 줄줄이 폐업해야 했다. 음악의 마케팅 및 유통경로도 급격히 바뀌었다. 음악 유행 및 전파의 절대권력이던 방송사의 위력은 크게 떨어진 반면 아이튠,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디지털 플랫폼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엄청난 미디어 광고로 음악을 유행시키고 전문매장에서 CD를 판매하는 방식에서 소비자 스스로가 퍼뜨리고 즉시 다운로드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BTS의 성공은 킬러콘텐츠와 팬덤만 있으면 이제 자본 없이 세계 1위도 가능한 생태계라는 걸 보여줬다. 음악소비 관련기술 발전도 방향성이 뚜렷하다. 가장 보편적인 음악소비재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되었는데 여기에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의 장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을 제조산업의 미래에 적용해보자. 제품 마케팅과 유통의 절대 권력이던 방송광고와 기존 판매망의 역할은 점점 줄고,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팬덤의 영향력이 커진다. 제품은 브랜드파워보다 소비자가 열광하며 스스로 퍼뜨릴 만한 킬러콘텐츠를 갖는 것이 중요해진다. 글로벌 경쟁력만 있다면 국경도, 언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세계 1위도 가능하다.
모든 제품에는 스트리밍이 가능한 통신장치가 장착되고,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UI가 보편화된다. 이것이 음악소비 변화의 트렌드가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산업의 생존전략이다. 우리 사회는, 우리 제조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기왕이면 BTS의 Fake Love를 들으면서.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