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홍으로 번지는 수사지휘권 논란.. 文총장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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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 보장 약속 깬 것" "적법한 지휘권 행사".. 검찰 내부서도 논쟁 가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 행사로 외압 논란에 휩싸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처리 과정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부당하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는지를 둘러싼 검찰 내부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안미현 검사(39)가 현재 진행 중인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하 수사단) 수사에 문 총장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지난 15일 주장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같은 날 "출범 당시의 공언과 달리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수사단의 항명성 보도자료까지 겹쳐 내부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대검찰청과 상당수 검사는 법률가인 검찰총장이 구체적 지시 없이 법률에 따라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데 대해 '외압' 운운하는 것은 '검찰총장 흔들기'를 통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수사자율성 약속 어겨" vs "정당한 지휘권"

16일 검찰에 따르면 전날 안 검사의 외압 의혹 보도 직후 수사단은 "문 총장이 수사단 출범 당시 공언과 달리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전문자문단'(가칭)을 구성해 사건 처리 방향을 정하라고 지시했다"고 항명으로 비칠 만한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이로 인해 검찰총장 지시 방안이 적절한 수사 지휘권 행사였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검찰 내홍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검과 수사단 측 설명을 종합하면 수사단은 지난 2월부터 강원랜드 채용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이에 대한 춘천지검 수사 과정에서 검찰 고위간부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수사했다.

수사단은 일부 검찰 고위간부가 외압을 넣은 정황을 확인, 이들을 기소하기로 결정하고 수사결과를 객관적으로 검증받기 위해 4월 25일 문 총장에게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검찰 외부 자문을 받아 처리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문 총장이 "법리적인 쟁점에 대한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고검장, 지검장으로 구성된 회의를 소집해 결정하려 했다. 그러나 수사단이 반대의견을 개진하자 문 총장은 수사단 요청을 받아들여 외부의 최고 전문가들로 전문자문단을 구성, 심의결과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시민단체나 언론계 관계자 등도 참여하지만 전문자문단은 법조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법조계는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와 같은 수사결과는 총장에게 보고하고 총장이 이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적법한 지휘권 행사로 보고 있다. 문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이번 논란과 관련해 "검찰권이 바르게 행사되도록,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관리.감독하는 것이 총장의 직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사지휘권이 외압?" vs "부끄러움 알아야"

대검이 내세우는 문 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수사단의 주장처럼 자율성을 끝까지 인정하기로 한 약속을 깬 것이지에 대해 검찰 내부 의견은 갈리는 분위기다.

대검 반부패부 김후곤 선임연구관(차장검사)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반부패부 전체가 이 사건의 성공을 위해 각종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대검이 재수사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비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이 권성동 의원의 항의전화를 1차례 받은 사실이 있으나 대검이 이에 굴복해 춘천지검 수사를 방해하는 등 직권남용에 해당할 만한 행위를 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정희도 창원지검 특수부장도 '수사의 공정성'이라는 글을 통해 "총장이 이견을 갖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을 들어 외압이라 하는 것은 총장의 존재, 권한 자체를 몰각한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정 부장의 글에 반박 댓글을 단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 검사는 "대검 반부패부가 압수수색에 반발했다는 소문을 들었었는데…참 황당했다"며 "책임과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 검찰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각을 세웠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구체적인 수사지시가 아닌 수사 절차에 대해 총장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 의견을 개진한 데 대해 외압 운운하며 외부에 대놓고 비난하는 일은 심각한 기강해이이자 항명"이라며 "검사들 사이에서는 안 검사와 수사단이 잇달아 항명성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을 놓고 외부세력에 의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회자된다"며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박상기 법무무장관은 이번 논란에 대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 관계자 의견이나 주장이 언론을 통해 표출되고 그로 인해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것처럼 비쳤다"며 "그 결과 (수사 관계자) 본인들이 우려하고 계시는데 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강원랜드 의혹 사건도 정상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돼 불필요한 논쟁이 정리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