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곳곳서 '내수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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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조2000억원 내국인 해외소비는 늘어나는데.. 12조8000억원 외국인 국내소비는 쪼그라들어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우리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내수에서도 해외소비 확대라는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여행 및 유학, 해외직구 등이 늘면서 내국인의 해외소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외국인의 국내 소비는 감소 중이다. 내수의 기반이 국내 소비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6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소비는 늘어나는 동안 외국인의 국내 소비가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거주자 국외소비지출은 3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반대로 증가세에 있던 비거주자의 국내소비는 지난해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17조4000억원을 기록했던 비거주자의 국내소비는 지난해에 12조8000억원으로 26.4% 급감했다.

한은은 '해외소비 변동요인 및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수준 향상으로 해외여행 및 유학연수 수요가 증가한 데다 외환자유화가 실시되면서 해외소비 비중이 추세적으로 상승했다"며 "금융위기 이후에는 저가항공사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해외소비의 추세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 해외직구가 가파른 증가세에 있다는 점도 내국인의 해외소비 확대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구를 뜻하는 온라인해외직접구매액(수입)은 2조2436억원으로 17.6% 늘었다.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증가폭도 지난 2015년 3.3%, 2016년 12.1%에 비해 확대됐다.

'역직구'의 경우 상황이 반대다. 역직구를 의미하는 온라인해외직접판매액(수출)은 지난해 2조9510억원으로 전년보다 28.7% 증가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각각 85.5%와 82.0% 증가세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 해외소비가 늘고 외국인의 국내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은 우리 내수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은 "과도한 해외소비 증가는 고용, 부가가치 등 국내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해외소비와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여행 및 교육산업의 고용 및 부가가치에 대한 유발효과가 제조업 및 여타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먼저 환율의 문제다. 원.달러 환율을 보면 지난해 1100원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달(월평균) 1071.89원까지 하락했다. 올 들어 남북관계 개선 등으로 원화강세 현상이 강해진 영향이다.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내국인 입장에서는 해외여행 및 소비를 늘리는 요인이 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여행이나 소비 등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고용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 가계의 소득도 정체되고 있어 소비를 늘릴 여지가 없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가계의 소비가 늘어도 국내에서 소비돼야 내수기업 수익 및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소비 확대는 부가가치 유출을 의미해 기업 수익성과 투자에 부정적"이라며 "가격적인 측면이나 국내 관광 질 개선 등 해외 대신 국내서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