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가족찾기]

새벽잠 없던 아들, 집에서 나간 지 20년…“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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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월 14일 전북 임실군 신평면 호암리에서 실종된 홍범석씨(당시 19세). /사진=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새벽잠이 없던 아들이 어느 날 새벽 갑자기 집을 나간 뒤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남편과 이혼한 뒤 오랜 기간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가슴은 미어졌다. 지적장애를 앓아 집도 모르고 말도 어눌한 아들은 그렇게 실종됐고, 세월이 흘러 20년이 지났다.

16일 경찰청과 중앙입양원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홍범석씨(당시 19세)는 1998년 1월 14일 전북 임실군 신평면 호암리에서 실종됐다. 자다가 새벽에 깬 범석씨는 식구들이 잠들어 있는 새 당시 집에 머물던 작은아버지 호주머니에서 10만원을 슬쩍 빼내 집을 나갔고,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머니 박모씨는 “우리 애가 원래 새벽잠이 없는데 당시 새벽에 나간 이후 지금까지 전혀 소식이 없다”며 “돈을 쓸 줄도, 계산할 줄도 모르는 아이였는데 10만원을 어떻게 한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범석씨는 어려서부터 지적장애를 앓았다. 부모가 사랑으로 보살폈지만 키가 160㎝ 정도로 또래에 비해 작았고 말도 어눌했다. 앞니가 위에 두 개 빠져있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얼굴에 흉터도 많았다. 박씨 가족이 범석씨를 잃어버렸다가 찾는 일도 수차례 반복됐다. 박씨는 “원인은 모르겠는데 후천성 장애라고 하더라”며 “어려서도 2~3번 잃어버렸다가 찾았는데 그 때마다 (심정은) 미치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범석씨가 중학교 2학년 당시 박씨 부부가 이혼하면서 범석씨와 남동생은 아버지의 손에 길러졌다. 범석씨는 전북 임실에서 아버지를 비롯해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았다. 박씨가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들은 것도 사라진 지 3~4개월이 지난 후였다. 박씨는 “이혼하고 5년 정도 지나서 범석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행방불명됐다”며 “애 아빠가 금이야 옥이야 키웠기 때문에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나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들의 실종 이후 박씨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박씨는 아들을 찾는데 전력을 다했다. 방송에도 나가고 전단도 붙였다. 제보 전화라도 받으면 들뜬 마음에 찾아가 봤지만 닮은 아이일 뿐 아들은 아니었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살고 있는 박씨는 마트에서 일을 하면서도 아들을 찾는 일에 소홀하지 않는다. 박씨의 더 큰 걱정은 아들이 기억은 하지만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범석이가 집 근처는 기억을 하겠지만 집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길을 찾지 못한다”며 “어디 산다고 표현도 하지 못하고 말을 하긴 하는데 듣는 사람이 알아듣기도 힘들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박씨는 이어 “당시에 범석이 고모들이 범석이를 시설에 맡기자고 하는 걸 아빠가 안 된다고 했는데 차라리 시설에 맡길 걸 그랬다”며 “우리 애가 엄마는 알아볼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들이 한번만 더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애써 눈물을 삼켰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