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중·일 겨냥 '보복관세' 시사

"美, 무역에서 막대한 손해"
수입품에 같은 세금 물리는 호혜세 시행 가능성 내비쳐.. "기업만 부담" 회의적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인프라 투자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해외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며 호혜세 도입을 선언하는 한편 한국 등 미국의 동맹들도 무역 문제에서는 동맹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취임 전부터 줄기차게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들의 관세에 똑같이 보복한다는 취지의 '호혜세(reciprocal tax)' 도입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을 언급하며 무역상대국 중 일부가 미국의 동맹이라고 하는데 무역 면에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같은 날 발표한 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를 논의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미국을 이용해온 다른 국가들에 미국 몫을 요구할 것이며 이를 위해 호혜세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 가운데 일부는 소위 '미국의 동맹'들인데 무역면에서만큼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국가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미국에 들여보낼 때 미국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미국이 그들과 같은 제품을 수출할 때면 그들은 미국에 50%나 75%의 세금을 매긴다. 이는 불공평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이용하는 국가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곧장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꺼내들며 멕시코와 캐나다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한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많은 다른 국가들 때문에 막대한 돈을 손해 봤다. 일전에 이들 국가를 방문했을 때 무역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들도 문제를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지난 25년 동안 마음대로 행동했기에 내 주장을 거칠게 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정책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호혜세라는 개념은 경제학에서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무역을 할 때 상대국이 자국의 수출품에 매기는 세금만큼 상대국에서 들여온 수출품에 같은 세금을 매긴다는 의미다. 실제로 시행할 경우 보복관세와 비슷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구체적인 세금 형태나 목표 상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CNN머니를 통해 현재 호혜세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발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부터 강조해온 공정무역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연설에서도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관계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혜세 발언으로 지난달 한국산 등 수입 세탁기, 태양광제품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효한 데 이어 중국, 한국, 일본을 겨냥해 무역전쟁을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역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호혜세 구상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미 싱크탱크 메르카투스 센터의 크리스틴 맥대니얼 연구원은 호혜세 시행에 대해 "수입품에 10% 세금을 더 붙이면 결국 장바구니 영수증에 10% 세금이 더 붙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세금 시행은 수입품 가격을 올리고 시장경쟁을 저하시킬 것"이라며 "결국 기업들의 비용만 늘어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