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사용한 기저귀 가져가라는 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일본에서 교육을 논하다.③
- 사용한 기저귀 열린 비닐봉지에 담아 부모에게 전달
- 日 어린이집 절반가량이 실행 중
- 日 정부 “누가 처분할지 가이드라인 없다”
- 日 육아전문가 “천 기저귀를 쓰던 시대의 잔여물” 지적
- 적극적인 부모들의 주장에 바뀌는 일본 사회 

보육원에서 기저귀 테이크아웃을 통해 받아 온 기저귀 /사진=fnDB
【도쿄=전선익 특파원】“사용한 기저귀를 열린 1회용 비닐봉지에 담아 주는 일본 보육원(保育園)이 정상인가요?”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 구에 사는 일본 워킹맘(30세)의 질문에 선듯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용한 기저귀를 모아 놨다 아이가 하원할 때 부모에게 준다는 발상자체가 너무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는 적어도 한국과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답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본에서 없어져야 할 대표적인 악습”이라며 “일본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너무 잘못됐다”고 한탄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육아를 하는 부모라면 이런 사실이 너무도 생소할 것입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절반이 넘는 부모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육아 전문가 다카사키 준코씨가 '기저귀 테이크아웃'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트위터 /사진=fnDB
일본의 육아전문가 다카사키 쥰코씨는 지난 9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저귀 테이크아웃(take out)’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1185명의 일본 보육원 교사들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가량(49%)이 사용한 기저귀를 하원시 부모에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차이가 있는 이유는 인가와 비인가, 인증 보육원들 마다 각각 정책이 다르고 지역에 따라 가이드라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사립들은 원에서 일괄 처리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공립의 경우에는 테이크아웃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이타마시에 거주하는 한 워킹맘(37세)은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기저귀는 열린 비닐봉지에 담겨 하원 때까지 보관되고 있다”며 “비위생적이고 냄새도 많이 날 것 같아 감염이 걱정된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을 3곳의 인가 탁아소에 보내고 있지만 모두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의 거리에서 여성들이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밀고 가고 있다. 일본은 최근 보육원이나 보육사가 부족해 자녀 양육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큰 과제로 부상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왜 일본 보육원은 아이들의 기저귀를 모아 놨다가 부모에게 전달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부모들이 집에서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부모들이 그런 방식을 더 이상 선호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일본의 많은 부모들은 “천 기저귀를 사용하던 때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기저귀 내용물을 보지 않아도 아기수첩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전달받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감염 문제입니다. 지바현 아사히 시의 모든 공립 보육원은 기저귀 테이크아웃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사업 쓰레기 수집이 주 2회로 한정돼 있어 보육원 내에 사용된 기저귀를 보관하게 되면 감염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일부 일본 부모들은 비용을 더 내서라도 전문업자를 고용해 매일 일괄 처리하길 희망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들도 있어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가이드라인을 지적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12년 발표한 보육 감염 대책 가이드라인에 누가 처분할지 명기돼 있지 않고 ‘원이나 지자체의 사정에 맡긴다’는 내용만 있어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것입니다.

일본내에서도 ‘기저귀 테이크아웃’은 찬반여론이 뜨겁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자 ‘유료 처분’을 시작한 지자체들도 더러 있습니다. 도쿄도 치요다구의 경우 공립 인가 탁아소에서 테이크아웃을 원하지 않을 경우 월 310엔을 받고 원에서 일괄 처리하는 방안을 채택했습니다.

베스트 셀러 '프랑스 아이처럼' 표지 /사진=fnDB
다카사키 쥰코씨는 “일본에서는 육아 부담이 정말 크다”며 “기저귀 테이크아웃을 위해 기저귀 마다 이름을 적게 하고 심지어 신문지까지 요구하는 보육원이 아직까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육아를 하고 있는 그녀는 “지금도 힘든데 일본에서 육아를 하라고 하면 난 못할 것이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엄마라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해’라는 이상이나 관례가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아니라면 최소 3살까지는 내가 아이를 키우며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제 기자 파멜라 드러커맨이 쓴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미국인인 그녀가 프랑스 육아 교육법을 경험하고 쓴 책입니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아이, 엄마, 가족이 모두 행복해야 한다”입니다. 프랑스는 저출산을 극복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육아를 하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